[ 인사(HR)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
KISDI AI Outlook(2020년 가을, Vol. 3)
사람과 조직을 다루는 인사(human resource, 이하 HR) 부서도 인공지능을 주목하고 있다. 본 고는 HR에서인공지능의 활용을 다음 세가지 주제로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HR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동인을 검토한다. 둘째, 인사제도의 제 기능, 즉 채용, 평가, 승진 등의 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현재 기능하는 사례를 탐색한다. 셋째, HR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유의해야할 점을 살펴본다.
Ⅰ. 들어가며
산업 전반에 걸쳐서 인공지능의 여파가 묵직하다. 이는 HR 분야도 예외가 아닌데,전세계적으로 민간기업 ․ 공기업 ․ 공공기관들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그 시도를 지원하기 위해 탄생한 HR 테크 기업이 전세계적으로 4,000여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Bersin, 2019). 채용, 급여, 보상, 평가, 인력 배치, 조직문화 등 HR 전 영역에서 가열차게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 뿐만 아니라 국내 기업들도 HR에서 인공지능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활용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1. HR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동인
HR이 인공지능 활용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원인은 무엇인가? 크게 세 가지 동인이존재한다.
1) 코스트 센터(cost center) 인식 탈피
첫째, ‘코스트 센터’(cost center)라는 오명을 벗고 싶은 욕구가 반영되어 있다. 전통적으로 HR은 조직 내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주체가 아니라 돈을 쓰기만 하는 부서라고여겨져 왔다(Caster, 2001; Merritt, 2007). HR이 비용 발생 부서에 불과하다는 인식은 오래된 고정 관념이었다.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면서 1800년대부터 소규모 공장이 출현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점차 거대 조직으로 변모하였고, 수많은 인부들을 도시와 농촌에서 불러들였다. 그 당시 인부들은 육체적인 노동을 제공하는 이들로, 언제든지 다른 사람으로 대체 가능한 존재들이었다. 수익을 내고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어쩔 수 없는 고정비용이라 여겨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이들의 채용-해고를 관리하는일을 ‘인력관리’(personnel management)라 불렀다(e.g., Bellows, 1949; Elibirt,1959). 영어 ‘personnel’은 프랑스어에서 유래된 단어로, 장비 또는 자재를 지칭하는‘matériel’과 대비되어 특정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육신을 의미했다.그와 비슷한 용례로, ‘노동력 관리’(manpower management)라는 표현도 병행해서 사용하곤 했다(e.g., Yoder, 1954). 영어 ‘manpower’는 말 한 마리가 낼 수 있는 마력(horsepower)에 견주어 한 인간이 투입할 수 있는 힘을 지칭하는 표현이었다. 인력관리, 노동력관리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HR은 오로지 인간이 투입할 수 있는 노동력과 그 비용을 관리하는 부서였다. 그래서 경영자들의 눈에 HR의 목표는 오로지 “삭감,삭감, 삭감”(cut, cut, cut) 해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Cappelli, 2015).하지만 1970년 후반부터 인력, 노동력을 보는 관점이 미국을 중심으로 크게 변하기시작했다. 이는 일본의 급부상과 무관하지 않다.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에 패한 일본이불과 30년 만에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다.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과 같은 기업이 미국전자 산업을 정복해 가기 시작했다. 아울러 도요타, 혼다, 미쯔비시가 들어와서 포드,GM의 시장 점유율을 갉아 먹고 있었다. 그러자 미국 경영학자들은 일본 기업들의 저력에 주목하고, 그 같은 경쟁력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1981년에인사(HR)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33[일본식 경영의 예술](Pascale & Athos, 1981), [Z이론, 미국 기업들은 어떻게 일본기업의 도전에 맞서야 하는가?]라는 책이 출간되었다(Ouchi, 1981). 이들은 미국-일본기업 간에 종업원들, 그리고 그들이 상호작용하는 방식에서 경쟁력이 달라진다고 결론을 내렸다.때마침 경영전략 학자들 사이에서도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었다. 1970년대후반까지는 기업이 어느 산업에 뛰어드느냐, 산업 내에서 어떤 위치를 점하느냐가 경쟁우위를 결정한다고 보던 산업구조론이 대세였다(Porter, 1979). 그러다가 조직 내부에있는 자원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자원기반관점(resource based view)이 대두되기 시작했다(Barney, 1996). 그리고 조직이 가진 중요한 자원들 중에 핵심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점차 확산되었다. 이로 인해 인력(personnel), 노동력(manpower)라는 표현 사용이 점차 수그러들고, ‘인적자원’(human resource)이라는 단어 사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 또한 HR 부서와 담당자들은 더이상 노동력을 관리하는 일이 아니라, 조직의잠재력, 경쟁력의 원천을 고심하는 부서로 여기게 되었다(Martell & Carroll, 1995).그들 자신을 ‘전략적 파트너’라고 정체성을 정립하였다(Barney & Wright, 1998).이처럼 조직의 돈을 쓰기만 하는 부서에서 잠재력의 원천을 관리하는 주체로 정체성이 바뀌었지만, 여전히 그 실질은 비용을 사용하는 부서이다. 비용을 최소화하여 코스트 센터라는 낙인을 탈피하려는 욕구가 인공지능 활용으로 이어지고 있다.사례를 살펴보자. 국내 A기업은 대학교 졸업 공채 신입사원을 선발할 때마다 수만건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한다. 인사부서 인력만으로는 어렵기 때문에, 현업 부서들의 협조를 얻어서 입사 5년차 이하의 구성원 50명을 선발하고, 이들이 3~4일에 걸쳐 평가하도록 한다. 이 일을 매년 2회 상반기와 하반기에 실시한다. 그동안 자기소개서를 평가하는 일에 상당한 비용을 들여야 했다. 이 비용을 최소화 하고자 A기업은 최근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하고자 했다. 과거 5년간 축적된 지원자들의 데이터, 그리고 내부구성원들이 평가한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그리고 이를 활용하여 새로운 자기소개서의합격/불합격을 예측하게 하였다.
2) 직관에만 의존하는 경향 탈피
오랫동안 HR은 직관을 활용해왔다. 몸으로 축적한 노하우와 직감을 활용해서 의사결34 KISDI AI Outlook(2020년 가을, Vol. 3)정을 내려왔다. 그리고 그 정당성을 획득하는 방법으로 3가지 ‘힘’을 사용해 왔다. 하나는 벤치마킹의 힘이었다. 경쟁사 또는 동종업계가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살피고 이를 근거로 설득하려 했다. 다른 하나는 뉴트렌드의 힘이었다. 인재경영 분야에서가장 최신의 방법론이라 소개하고 설득하려 했다. 마지막으로 권위자의 힘이었다. 유명한 경영자, 학자, 저술가의 주장을 빌려서 정당성을 획득하려 했다.반면 조직 내부의 다른 기능들(전략, 재무, 마케팅 등)은 여러 데이터를 토대로 객관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려는 노력을 꾸준히 기울여왔다. HR도 이들의 노력과 고도로 발전해온 방법론을 의식하고 있었다(Fitz-Enz, 1980). 2010년 초반 빅데이터 열풍이 불면서 HR에서도 유용한 데이터를 측정하고, 축적하고, 분석하여 의사결정해야 한다는인식이 커지기 시작했다(Davenport, Harris, & Shapiro, 2010). 그 흐름 속에서 ‘HRanalytics’(Marler & Boudreau, 2017), 또는 ‘People analytics’ (Leonardi &Contractor, 2018) 라고 불리는 접근법이 태동하였다. 이는 인재경영 제분야, 즉 모집,선발, 배치, 승진, 교육, 평가, 보상, 퇴직에 더해서 리더십과 조직문화 전반에 걸쳐서데이터를 활용하고 분석하여 시사점을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의사결정을내리는 노력 또는 활동을 말한다(김성준, 2013).HR analytics는 두가지 질문에 데이터로 답을 찾는 과정이다. 하나는 ‘현재 어떤 상태인가?’ 라는 질문이다. 이는 조직에서 관찰되는 여러 현상들, 발생하는 이슈들을 데이터로 측정하고 요약해서 현 주소를 파악하려는 노력이다. 다른 하나는 ‘그 이유는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문제의 원인을 분석해서 해결하려는 노력이다. 이들 질문은설명 모델을 다루는 일이다.이제 HR은 한 발 더 나아가서 ‘그것이 어떻게 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구하는추세이다. 이는 곧 예측 모델이다. 구성원 개개인을 두고 다음과 같은 질문에 솔루션을얻으려는 고민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 사람은 우리 회사에 적합한 인재인가? 이 사람을어느 직무에 배치하면 더 잘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가? 이 사람에게 어떤 교육컨텐츠를 제공해야 더 발전할 수 있는가? 이 사람의 올해 연말 성과는 어느 정도 수준인가? 이 사람은 승진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 사람은 퇴직할 가능성이 있는가? 이를위해 머신러닝과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3) 공정성 강화
마지막으로, 공정성 강화를 들 수 있다. HR은 사람과 관련된 결정을 하는 일이다.조직 내부에서 희소한 자원을 배분하는 일이 포함되어 있다. 누구에게 얼마를 보상해야할지, 어떤 사람을 주요 요직에 배치를 해야 할지, 누구를 승진시키고 또 누구는 그리하지 않아야 할지, 어떤 이를 해외 주재원으로 내보내거나 학위 과정에 보내야 할지,누구를 핵심인재로 포함시켜야 할지 등의 의사결정이다. 공정성 문제가 대두될 가능성을 항상 안고 있다.2020년 하반기 국내 A은행은 영업점 직원 발령에 인공지능을 활용하였다(김민정,2020). 전국에 분포해 있는 영업점 900여 곳에 직원 1,086명을 재배치하는 문제를 인고지능 알고리즘으로 의사결정 하였다. 이 은행의 조직이 크다 보니 하반기 인사는 대규모로 이루어지곤 하였다. 그로 인해 여러 뒷말들이 발생해 왔다. 공정성을 기하고자A은행은 총 4단계를 거쳤다. 먼저, 영업점별 인력의 수요, 직원들의 직무 경력, 자격사항, 거주지, 그리고 기본적인 인적사항을 취합하였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직원을 배치하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30여개의 규칙을 설정하였다. 이 규칙들은 직원이 집에서영업점까지 출퇴근 시간이 1시간 이내, 영업점마다 직원 연령을 고르게 배치, 특정 직무에 몰리지 않게 배치 등이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이 위의 정보와 규칙을 활용해서 직원들을 배치했다. 마지막으로 인사 부서에서 그 결과를 재점검하고 최종적으로 인사 발령을 냈다. 이 은행 인사 부서에 따르면 인사 발령 발표 이후에 불만과 불공정을 제기하는 전화를 받곤 했는데, 인공지능을 활용한 뒤에는 한 통도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지금까지 HR이 인공지능을 활용하려는 동기에 대해서 살펴봤다. 다음에서는 HR 제영역, 즉 모집/선발, 교육훈련, 평가 등에서 인공지능 활용을 시도한 사례를 탐구해보고자 한다.
2. HR 제영역에서 인공지능 활용 사례
1) 선발 분야 인공지능 활용
인공지능은 모집/선발 분야에서 가장 먼저 활용되기 시작했다. 비용이 가시적으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야이기 때문이다. 인공지능 활용 사례를 탐구하기 이전에, 이 분야36 KISDI AI Outlook(2020년 가을, Vol. 3)의 역사적인 발전을 고찰하고자 한다. 이를 살펴야 HR의 채용 기능이 어떻게 인공지능을 고려하게 되었는지, 그 배경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는 일본과 더불어 ‘대졸 공채’라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제도를 운영해온 바, 이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공채 제도를 실시한 곳은 삼성물산이다. 1957년에 민간 기업 최초로 사원 대상의 공채를 실시한다. 그 당시 1천 2백명의 사람들이 지원을 하였고, 그 중에서 2% 수준인 27명을 선발하였다. 이처럼1957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약 60여년 간 이어져 온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채용 시스템이다. 4단계에 걸쳐 발전한 궤적으로 보인다.첫번째 단계는 관상과 역술의 시대다. 대략 1957년부터 1994년까지 이어진다(이종구, 김홍유, 2010). 이 시기에 채용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이들이 역술인과 관상가였다. 어느 유력 주간지는 오랫동안 ‘관상 면접관’으로 참여한 이들을 탐사 보도하였다. 어느 역술인은 신입사원 뿐만 아니라, 경력사원과 임원 후보자들의 관상을 보고채용 또는 승진 여부를 판단하는 작업에도 참여하였다고 밝혔다(강지남, 2009). 이들은지원자가 들어와서 의자에 앉으면 바로 그의 얼굴부터 살피면서, 눈의 모양새, 코 높낮이와 퍼짐, 귀 생김새, 앉은 자세, 목소리 등을 관찰했다. 이력서에 기재된 생년월일로그 회사 회장과 궁합이 얼마나 맞는지 살피고 그 가부를 제언하였다. 철저히 비과학화된 암흑기 시절이다.두번째 단계는 심리 검사의 시대다. 이 시기는 1995년부터 2004년에 걸친다(이종구,김홍유, 2010). 삼성그룹은 보다 과학적인 채용을 위해서 1993년부터 1995년까지 약2년에 걸쳐서 삼성직무적성검사, 즉 SSAT(SamSung Aptitude Test)를 개발하고1995년부터 시행하기 시작했다(Pucik & Lim, 2001). 이는 성격심리, 심리측정, 교육측정 학문에 근간을 둔 과학적인 도구이다. 지원자의 언어논리, 수리 논리, 추리, 시각적 사고 등을 평가하고, 성격과 가치관을 종합적으로 파악한다(배성숙, 2018). 공채가시작된 지 무려 4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과학의 세계에 첫발을 내디딘 셈이다.세번째 단계는 면접의 과학화 시대다. 2005년부터 면접을 과학화 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한다. 학계는 1910년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채용 면접의 타당성에 지속적으로 의문을 던져왔다. 일례로, Dunnet, Arvey, & Arnold(1971)은 채용 면접에서지원자를 평가한 점수와 그들이 입사한 이후의 성과를 분석한 결과 타당도 계수가인사(HR) 분야의 인공지능 활용 370.16에 불과하다고 보고하였다. Reilly & Chao(1982)의 연구에 따르면 0.19로 산출되었다. Hunter & Hunter(1984)는 타당도 계수가 가장 낮은 0.14를 보고하였다. 이때문에 채용 면접이 쓸모가 없다고 주장한 논문도 있었다. 일례로 Anderson &Shackleton(1986)은 “지난 수십 년간 시행된 연구들을 통해, 면접 타당도가 수용할수 없을 정도로 낮다는 결과가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나라(미국)에서 과할정도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하였다.그런데 1980년대 후반부터 채용 면접에 대한 인식이 바뀌기 시작한다. 그 대표로Wright, Lichtenfels, & Pursell(1989), Wiesner & Cronshaw(1988)의 연구를 꼽을수 있다. 후자의 논문에서는 “이전 연구자들의 지배적인 비관론과는 달리, 면접은 우수한 채용 도구인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단언하기까지 했다. 191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존재하던 비관론이 어떻게 해서 급반전이 되었을까. 학자들은 면접의 형태별로 타당도 계수가 다르다는 점을 발견한다. 과거의 연구들은 채용 면접을 동질적으로만 간주해왔다. 그런데 면접은 비구조화된(unstructured) 방식과 구조화된(structured) 방식으로구분할 수 있다. 전자를 보통 ‘전통적인 면접’이라 부른다. 면접의 처음부터 끝까지 면접관의 자율에 맡긴다. 지원자의 어떤 특성을 평가할지, 어떤 질문을 할지 등에 대해사전에 아무런 조율을 거치지 않는다. 면접관 스스로 알아서 면접을 하고 판단하는 방식이다(김학수, 김성준, 김태진, 이진규 2011). 면접관의 선입견과 편견, 주관성이 많이 작용할 수 밖에 없는 유형이다. 반면, 구조화된 면접은 철저하게 표준화된 방식이다. 평가해야 하는 요인, 이를 평가할 수 있는 질문을 사전에 모두 정해 놓는다. 면접 평가양식도 표준화하고, 면접 절차와 진행 순서도 미리 규정해 놓는다. 구조화된 면접은 체계적으로 설계 되어 있기 때문에 타당도가 전통적인 면접에 비해 매우 높다. 지원자의성과를 제대로 예측한다. Wiesner & Cronshaw(1988)는 전통적인 면접의 타당도 계수가 0.20에 불과한 반면, 구조화 면접의 타당도는 0.63이나 된다고 보고하였다.1980년대 후반을 기점으로 채용 면접에 대한 학계의 관점이 바뀌기 시작했지만, 현업에서 구조화 면접을 주목하기 시작한 때는 2000년대다. 대략 15년 가까이 지나서야현업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구조화 면접 기법 구축]이라는 이름 등으로, 2000년 초에엘지 그룹과 CJ그룹을 필두로(오인수, 서용원, 2002) 2005년경에는 두산그룹, 웅진그룹, 2007년경에는 롯데그룹 등으로 확산되었다.38 KISDI AI Outlook(2020년 가을, Vol. 3)네번째는 인공지능의 시대다. 약 2010년 중반부터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는 빅데이터의 열풍, 그리고 인공지능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에 힘입은 결과이다. 그 사례를 몇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가. 자연어 처리 기술을 활용한 자기 소개서 평가
일본 기업 소프트 뱅크는 2017년에 IBM의 ‘왓슨’(Watson)이라는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신입사원 서류를 심사했다(이다비, 2017). 소프트뱅크는 집념, 민첩성 등을 소재로200자 이상의 자기소개서를 기술하도록 요구했다. 왓슨은 그 텍스트를 분석하여 합격과 불합격을 판단했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의 판단 결과를 곧바로 사용하지 않았다. 왓슨이 불합격이라고 판단한 자기소개서를 중심으로 채용 담당자가 다시 한번 확인했다.그 중에서 또다시 합격자를 골라내는 방식을 취함으로, 인공지능이 가질 수 있는 결함을 인간이 다시 보완하였다. 왓슨을 도입한 후 서류 전형을 검토하는 단계가 기존 680시간에서 170시간으로 줄어, 업무 시간을 75%가량 줄였다고 소프트 뱅크는 밝혔다.우리나라 유수의 기업들도 2010년 중반부터 인공지능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그 첫신호탄은 삼성그룹이었다. 이들은 빅데이터 열풍이 한창이던 시기에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활용하였다(이동인, 원호섭, 2015). 지난 20여년간 지원자들이 삼성그룹에 제출한이력서와 자기소개서, 그리고 이들이 입사한 후 달성한 성과와 경력들을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었다. 이를 바탕으로 입사 후 성과를 예측하는 모델링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결과를 합격자 선발에 활용하였다. 인적성검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라 하더라도, 예측 모델에서 향후 성과가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 탈락 시켰다. 반면 인적성검사 점수는 낮지만 예측 모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지원자들을 합격시키기도 하였다.SK하이닉스는 SK C&C와 협력하여 인공지능 에이브릴(Aibril)을 채용 과정에 시범적으로 활용하였다(양철민, 2018). 앞서 언급한 소프트뱅크와 삼성그룹과 비슷한 방식을취하였다. 이들이 밝힌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인공지능이 한 명의 자기소개서를 평가한 시간은 3초 이내였다. 입사지원서 1만개를 평가하는데 인사담당자 10명이 하루 8시간씩 7일을 일해야 하는 반면, 인공지능을 활용하면 8시간 만에 마무리할 수 있는것으로 평가되었다. 그리고 인공지능의 판단 결과와 인사담당자의 평가 점수 간에 오차범위는 15%이내인 것으로 보고하였다(양철민, 2018).
나. 인공지능을 활용한 채용 인터뷰
유니레버는 네덜란드와 영국에 기반한 소비재 업체로, 전세계 17만명의 임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지원자가 링크드인(구인 구직 전문 플랫폼)에 프로필을 등록하고 제출하면 인공지능이 정보를 추출해서 유니레버가 설정한 조건과 부합하는지 판단하게 하였다. 조건을 통과한 지원자는 Pymetrics 회사에서 제공하는 신경과학에 기반한 온라인 게임을 20분간 참여한다. 이를 통과하면 1차 면접에 참가하는데, 사람이아니라 인공지능이 평가하는 방식이다(Feloni, 2017). HireVue社가 제공하는 기술을활용하였다. 스마트폰, 태플릿, 컴퓨터 등에서 무선으로 면접을 진행한다. 화면에 면접관은 등장하지 않고, 지원자가 자기 자신의 얼굴을 보면서 이야기하도록 되어 있다. 인공지능은 지원자의 얼굴 표정, 그리고 그가 사용하는 단어와 억양들을 추적한다. 이에는 여러 기술이 활용되는데, 대표적으로 안면 특징점 검출(facial landmark detection)로, 인간의 68개 주요 측거점을 포착하는 기술이다(Zhang, Luo, Loy, & Tang, 2014).HireVue社가 보고한 결과에 의하면, 유니레버가 인공지능을 사용한 결과, 지원자들의약 50,000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게 하였으며, 채용 담당자들이 지원자들을 평가하는데드는 시간의 75%를 단축시켰다고 밝혔다.
다. 구인 공고 작성을 지원하는 서비스
채용 담당자들의 일을 도와주는 인공지능 전문 업체도 시장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텍스티오(Textio) 사는 약 2억 5천만 건의 구인 공고와 채용 결과를 수집하여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서 채용 담당자가 구인 공고를 낼 때 가장 효과적인 홍보 방법을 제안하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담당자가 구인 공고 초안을 만들어서 입력하면 어떤표현들이 어떤 유형의 구직자들에게 주목을 받고 매력적으로 보일지 평가한다. 100점만점에 60점 이하의 공고문이라고 평가되면 예측 모델링은 그 점수를 높일 수 있는 표현과 문구를 제언해 준다. 이를 통해서 채용 담당자들이 구인 공고 작성에 쏟는 시간은 절약하고, 그 효과는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 회사에 따르면 구인 공고의 매력도가 90점 이상으로 평가되면, 다른 공고에 비해서 사람을 채용하는 속도가 17%가 빠르다고 밝혔다.
라. 챗봇(chatbot)의 활용
많은 기업이 채용 업무에 챗봇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채용 담당자들의 시간과 노력을 대폭 줄여주고 있다. 지원자들은 자신이 관심있는 기업에 여러 질문을 가지고 있을수 있다. 첫째, 지원 자격 요건과 관련된 질문이다. 특정 직무에 지원하기 위해서 어느정도의 경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는지, 자격증은 필요한지 등이다. 둘째, 채용 절차와관련된 질문이다. 이력서 제출 마감은 언제까지 인지, 그 이후에 프로세스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면접은 어떤 방식으로 보는지 등이다. 셋째, 처우에 대한 질문이다. 연봉 수준, 그리고 복리 후생 제도 등을 궁금해 할 수 있다. 예전에는 채용 담당자가 전화와이메일 문의에 응답을 해야만 했다. 또한 그가 여력이 안될 때는 수많은 질문에 응답하지 못하고 그냥 넘어가야만 했다.최근에는 챗봇 기술이 채용 담당자의 노고를 줄여주고, 수많은 지원자들의 궁금증을해결하고 있다. 사례를 살펴보자. 어느 기업은 챗봇 기술을 적용한 결과를 발표했다(Ott, 2017). 그 챗봇은 특정한 질문에 답을 하도록 설계되었다. 어느 지원자가 챗봇이응답할 수 있는 범위를 벗어난 질문을 하면, 곧바로 채용 담당자에게 전달이 되도록했다. 그 질문에 채용 담당자가 응답을 작성 하면, 챗봇은 그 결과를 수집하고 향후에유사한 질문이 나왔을 때 응답할 수 있도록 하였다. 그 기업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원자들은 주간 업무 시간에 챗봇에 접속하지 않았다. 주로 저녁이나 주말에 챗봇을 이용했다. 이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지원자들이 서류 작성을 위해 집중하는 시간대와 채용 담당자들이 근무하는 시간대가 서로 상이하다는 점이다. 채용 담당자들은 통상적으로 주간에 업무를 하고 있는 반면, 지원자들은 다른 시간대에 그 회사를 탐색한다는점이다. 지원자들이 채용 절차와 회사에 궁금한 사항이 있을 때, 물리적으로 적시 대응을 하기 어려웠던 구조였다. 지원자가 문의 메일을 남기면 하루 이틀 지나서 채용 담당자로부터 답신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지원자가 그 회사에 흥미를 잃거나, 경쟁사에 주의를 돌릴 수도 있다. 그런데 챗봇을 활용하면서 그들의궁금증을 즉각 해결할 수 있었다.
2) 승진 분야 인공지능 활용
구글은 승진 의사결정에 인공지능을 활용하고자 하였다. 이 일을 담당한 Prasad Setty에 따르면, 구글은 일년에 두 번 승진 심사를 실시한다고 한다(김성준, 2018). 전세계에 있는 수백명의 수석 엔지니어들이 샌프란시스코 베이 근처 호텔에 모인다. 그리고 4~5명 수석들을 하나의 위원회로 구성한다. 수십개의 위원회를 만들어서, 검토해야할 후보자들을 배정한다. 이때 한가지 원칙이 있다. 위원회 구성원과 학연, 지연, 그리고 함께 근무한 경험이 없는 승진 후보자들을 검토하게 하는 것이다. 오로지 심사 자료에만 의존하여, 어떤 사람을 승진 시켜야 하느냐, 이 사람을 승진 시켜야 할 이유가무어냐 계속 갑론을박 한다. 낮은 직급은 2차에 걸쳐서, 높은 직급은 3차에 걸쳐서 위원회가 심사를 한다. 이 위원회는 3~5일 정도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승진 심사에 엄청난 시간과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것이다.구글의 인사부서와 Prasad Setty는 그와 같은 의사결정을 보다 효율적으로 내릴 수있도록 돕고 싶었다.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서 승진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구글이공개한 공식은 다음과 같다(김성준 2018).
확률 = e -22.216 + (5.227 X 성과평균) + (2.732 X 상사추천) + (0.971 X 자기추천)
승진 가능성 (%) = 확률 / (1+확률)
구글에서 승진을 결정하는 변수는 매우 단순하다. ‘확률’ 공식에 있는 ‘e’는 자연 상수로 원주율 파이(π) 3.14195… 와 같이 2.71828… 값을 갖는 수다. 그리고 세가지변수, 즉 승진 후보자의 지난 성과가 어느 수준이었는지, 상사가 그의 승진을 추천했는지, 후보자 스스로 승진하고 싶다고 밝혔는지, 그 데이터를 가지고 승진을 예측하는 모형이다. Prasad Setty는 예측 모형을 여러 번 테스트한 결과 정확도 90% 수준이라고밝혔다. 구글의 인사부서는 수많은 수석 엔지니어의 수고를 덜어 낼 수 있는 모형이라판단하였다. 그리고 이 예측 모델을 구글 경영진에게 공개하였다. 하지만 경영진은 이모델을 거부하였다. ‘사람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사람이 해야 한다’(People shouldmake people decisions)는 이유였다(Lyte, 2015). 또한 예측 모델이 간과한 중요한점 한가지가 있었다. 구글에서는 승진 심사를 위해 전 세계에서 수석 엔지니어들이 1년에 두 번 모인다. 후보자 한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을 검토하면서 서로 논의한다. ‘지금 세상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나?’, ‘어떤 기술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나?’, ‘시장에서는어떤 니즈가 있나?’, ‘구글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그리고 ‘그 일을 가장 잘 수행할 사람은 누구인가?’등을 치열하게 토론한다. 심사 과정에서 구글의 앞날을 치열하게 토론하고, 그 운명을 짊어질 사람들을 선출하는 중요한 의식 행위였던 것이다.
3) 평가 분야 인공지능 활용
국내 한 기업에서는 임원의 연말 성과를 예측하는 모형을 만들고자 하였다(김성준,2018). 임원들의 연령, 출신학교, 전공, 경력 뿐만 아니라, 매년 부하와 동료들이 평가한 리더십 서베이 데이터를 활용하여 임원 개인마다 어느 정도의 인사고과를 받게 될수 있을지를 예측하고자 하였다. 앞서 구글의 사례가 승진 심사 과정의 효율성에 주목하였다면, 이 기업은 공정한 평가에 그 주된 관심이 있었다. 지속해서 높은 성과를 달성해온 임원인데, 상사가 ‘코드 인사’, 즉 성향이나 이념이 자신과 유사한 사람에게 더높은 고과를 주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의도적으로 낮은 고과를 주어서 결국에는방출시키는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였다. 상사가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를 하지않고, 그가 편애하는 사람들만 챙기는 일이 없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다. 그로 인해서 우수한 리더들이 조직에서 탈락되지 않도록 하고자 하였다.수년에 걸쳐 축적된 데이터를 집약해서 성과 예측 모델을 만들었다. 하지만 그 모델을 포기하였다. 예측 모델에 사용되는 데이터는 인사평가가 이루어지는 시점보다 선행한다. 즉, 과거의 데이터다. 그런데 오늘날 경영환경은 매우 급변한다. 임원들의 성과도실시간으로 외부 환경에 영향을 받는다. 과거의 데이터로 급변하는 환경 가운데서 리더의 성과를 예측하는 일이 과연 타당한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었다. 성과 예측 모델을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4) 인사 배치에 인공지능 활용
경영자들이 고민하는 일 중에 하나는 신규 사업팀에 어떤 이들을 배치해야 하는가 하는 문제다. 인원이 30명에 불과한 스타트업의 경우에는 경영진이 구성원 개개인의 전문성이나 특성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비록 인력이 부족하다 하더라도 정보의 비대칭성을 경험하지 않는다. 반면, 수백명, 수천 명, 수만 명에 달하는 기업의 경우에는 정보 비대칭성으로 인해 되려 속을 앓는 경우가 많다.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위해 팀을 꾸리고자 할 때, 일차적인 정보, 즉 특정인의머리 속에만 있는 정보에 의존했다. 경영진이 알고 있는 사람들 중에 적임자를 찾아 프로젝트 추진 팀장으로 임명하고, 또 그 팀장이 알고 있는 사람들을 줄줄이 탐색하곤했다. 이 방식의 한계는 명확하다. 하나는 팀을 꾸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는 더 나은 인재들이 그 조직에 있음에도 그에 대한 정보 누락으로 최적의 대안을 놓칠 수 있다는 점이다.9만 명의 임직원을 고용하고 있는 세계적인 석유 회사인 로열 더치 쉘은 그 한계를극복하고자 하였다(Eubanks, 2018). 쉘은 이미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인재풀에 효율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인공지능 기술에 눈을 돌렸다. 구성원들은 각자 자신 있는 업무 분야, 전문 지식과 기술, 자격, 그리고 관심을갖고 있는 분야 등을 시스템에 등록하였다. 구성원들은 자신의 능력과 기술을 보다 필요한 곳에 활용할 수 있고, 또한 자신의 미래 경력에 도움이 되는 일자리를 얻을 수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하였다. 쉘은 이 데이터에 비지도 학습 등을 적용하여 시스템을 만들었다.이 시스템은 경영진이 새로운 팀을 구성하는 과정을 돕고 있다. 이들은 자동차 유지관리팀을 새롭게 신설하면서, 이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자사 내에서 활용 가능한 최적의인재를 탐색하였고, 그 결과를 이용하여 인사 배치 결정을 내렸다.
5) 이직 예측에 인공지능 활용
미국 실리콘 밸리에 있는 기업들은 이직 예측 모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김성준, 2018). 페이스북, 구글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컨설팅 회사인 맥킨지에서 ‘인재 전쟁’(War for Talent)이라고 표현했듯이(Chambers, Foulon, HandfieldJones, Hankin, & Michaels, 1998), 우수한 개발자, 연구원, 프로그래머 등을 채용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경쟁사에서 근무하는 인재들을 넘보고 있다.어떤 데이터가 이직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변수는 첫째, 인구통계적 변수다. 나이, 조직 근속 연수, 해당 직무 근속 연수, 성별, 인종, 학력, 결혼유무, 자녀 명수다. 둘째, 직무와 관련된 변수로, 직무 특성, 직무 만족도, 직무 성과기록, 연봉, 인센티브, 승진 가능성 등이다. 셋째는 조직과 팀의 구조적 변수로, 근무환경, 조직문화, 팀 분위기, 팀규모, 리더십 등이다. 지리적인 변수도 있는데, 출퇴근 거리, 동네 분위기, 자녀 교육 환경 등이 있다. 실시간 행위 데이터로는 사내 망을 통해 서 구직 사이트에 접속하는 횟수, 인사 정보 시스템에서 퇴직금을 조회하는 빈도 등이있다.기존 연구에 의하면 훈련 데이터(training data)와 테스트 데이터(test data)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한 예측율은 대략 80~90%까지 정확도가 나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이를 현실에 적용했을 때는 그보다 정확도가 더 떨어진다. 하지만 예측이 틀렸을때 발생하는 리스크(risk)가 별로 없다. 인사 담당자가 면담하러 갔는데, 그 사람이 이직할 생각이 없다고 말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어쩌다 ‘경쟁사에서 스카우트제의가 들어왔는데’ 라는 말을 들으면, 모형이 제대로 예측해낸 걸로 간주하면 된다.HR의 입장에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하더라도 리스크가 없는 예측 모델이다.구글은 이직 예측 모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노규성, 2014).구글의 인사담당자들은 아침에 출근해서 이직 예측 모델 결과를 살핀다(김성준, 2018).그리고 이직 가능성이 높게 나타난 구성원들을 확인하고, 그들과 면담 시간을 잡는다.그들의 근황을 물어보면서 그의 이직 의도를 파악한다. 그 와중에 페이스북 등 경쟁사에서 이직 제안을 받았다는 사실을 털어 놓는 구성원들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김성준,2018).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이직 예측 모델에 관심이 없었다. 사회적, 제도적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경력직 시장이 아직까지는 미국만큼 활발하지 않은데다, 노동인력이 점차 고령화되어 가는 추세이며, 노동 시장에 인력들이 상대적으로 넘쳐 나기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어느 전자 기업은 이 예측 모형을 만들고자 하였다. 연구개발이 중심인 회사인데, 사람을 뽑아서 인재로 키워 놓으면 경쟁사가 뺏아간다는 이유였다. 인공지능으로 중요한 연구개발 인력의 이탈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하였다.
3. HR에서 유의해야 할 사항
HR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할 때 무엇을 유의해야 하는가? 첫째, 인공지능도 편향이 존재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아마존은 2014년부터 지원자의 이력서를 평가하려는 계획을 세웠다(Dastin, 2018). 5명의 엔지니어가 이 프로젝트에 달라붙었다. 과거 10년간 회사에 제출된 이력서의 패턴을 인공지능이 학습하게 하였다.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면 구매자들이 별점을 주는 방식처럼, 이력서를 별다섯개로 인공지능이 평가하도록 하였다. 그리고는 현업 부서에서 지원자 이력서 100개를 주면 이들을 모두 평가해서 상위 5개를 통보해주려 하였다.그런데 그 인공지능은 성차별적인 결과를 내놓는다는 점을 발견했다. 남성을 더 선호하고 여성은 차별하였다. 가령, 이력서에 ‘여성 체스 동아리 회장’, ‘여자 대학교’ 같은문구가 출현하면 평가 점수가 낮게 나타났다. 이는 아마존이 사람을 선발할 때 남성을더 선호한 편향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였다. 이력서 평가 인공지능을 만든 엔지니어들은이를 재정비하여 조정했다. 하지만, 아마존 경영진은 이 프로젝트 팀을 2017년 초에해체하였다. 남녀 차별 문제만이 아니라, 또 다른 영역에서 관찰되지 못한 차별이 존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인공지능은 인간의 편견과 주관까지도 학습한다. 마이애미 대학교의 Andrew Brymer교수는 포춘(Fortune)지를 통해서 최근 월스트리트에 있는 기업들이 예측 모델링으로사람을 채용하려는 움직임을 이렇게 비판했다. “예측 모델이 제시하는 결과물은 사람의편견과 오류에 영향을 받는다. 인간이 그 데이터(이력서, 자소서 등)를 판단했기 때문이다.”(Brymer, 2016).둘째, 기술에 맡길 영역과 인간이 반드시 개입해야 할 영역을 구분해야 한다. 앞서언급한 구글 사례처럼 인재경영의 꽃이라 할 수 있는 승진 결정도 인공지능으로 대체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구글 경영진은 ‘사람들이 사람들의의사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승진은 인간의 영역이라고 선을 그었다. 통계와 빅데이터, 인공지능 분야에서 최첨단을 달리는 구글에서조차 기술 만능주의를 경계하였다. 이 문제는 HR에서 끊임없이 대두되는 화두일 것이다. HR 제 분야에서 인공지능에게 맡길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인공지능이 보조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상호 협업할 수 있는 영역은 무엇인가? 인간이 오롯이 결정해야 하는 영역은 무엇인가? 인공지능과 인간의 경계 탐험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월간 HR Insight | 2020.05.15
HR Analytics 활용 사례 모음 |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직률 예측 및 감소 등빅 데이터, AI 등 새로운 기술의 발전은 기업이 인재를 확보하고 활용하는 방식에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다. HR 분야에서 데이터 및 통계 분석을 통해 좀 더 객관적, 합리적 방식으로 인재와 관련된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HR 애널리틱스를 활용하자는 이야기가 나온 지도 벌써 10여년이 되어간다.
아직 상대적으로 해외 대비 국내의 HR 애널리틱스 도입이 더딘 상황이지만,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클라우드 기반의 HR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데이터 분석에 용이한 환경이 구축되고 있고, HR담당자들의 관심 또한 꾸준히 늘고 있다. 서류전형 및 채용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하는 기업도 증가하는 추세이며, 이직 예측에 대한 분석도 간간히 이어지고 있다. 앞으로 코로나 사태 등으로 인해 직원들의 일하는 방식 등에도 변화가 생기면서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에서는 해외 글로벌 기업들이 HR 애널리틱스를 통해 어떤 방식으로 필요한 인재를 채용하고, 이들이 역량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육성하며, 회사의 조직문화를 어떻게 개선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익스피리언: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직률 예측 및 감소
아일랜드의 다국적 신용정보 회사 익스피리언Experian은 기존 대비 3~4% 높아진 이직률을 낮추기 위해 이직 예측 요인을 도출하고 관리하기 위해 HR 애널리틱스를 활용했다.
일단 이직을 촉발할 수 있는 약 200개의 요인들을 정한 후 이 데이터를 분석했다. 이 기업이 특화되어 있는 신용 평가 모델을 접목해 분석한 결과, 직원들 개개인의 이직 가능 스코어를 도출해낼 수 있었다. 여러 분석 결과 중 하나로 팀원 수가 10~12명 이상이 있는 팀은 구성원들의 이직률이 높아져서 팀 설계 시 이를 고려할 필요성도 드러났다. 이직 가능 스코어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북미, 유럽 등 다 주요 요인이 다른 것으로 나타났고 모델이 유효한지 확인하기 위해 6개월에 한 번씩 모델을 재점검했다. 그 결과 이직률은 18개월 동안 기존 대비 2~3% 내려갔고, 이와 관련된 비용도 확연히 감소했다.
이직 요인 예측과 관련된 분석은 HR 애널리틱스에 관심 있는 기업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자 공통 화두이다. 핵심 인재 한 명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인재 이탈이 일어난 이후 개선책을 마련하는 것보다 사전에 이탈 리스크를 발견하고, 미리 관리하는 것은 무엇보다 먼저 점검해야 할 부분이다.
#유니레버: AI 및 뇌인지 게임을 통한 인재 확보
소비재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는 가운데, 약 17만 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는 글로벌 소비재 기업 유니레버는 앞으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를 주요 타깃으로 채용해야 하는 상황에서 기존의 채용 방식이 과연 효과적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대규모 채용 공고를 내고, 캠퍼스 리크루팅에 많은 인력을 동원하는 것이 예전만큼 효과적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유니레버는 전 세계 대학에서 800명의 대학 졸업생을 뽑는 퓨처 리더십 프로그램에 인공지능, 뇌인지 게임 등을 접목한 새로운 디지털 채용 프로세스를 우선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먼저 지원자들은 장문의 이력서와 지원서, 자기소개서 등을 쓰는 대신 본인의 링크드인[Linkedin] 프로필을 바로 유니레버의 채용 시스템으로 보낸다. 그 후 첫 관문으로 '뇌인지 과학 원리'가 적용된 온라인 게임을 본인이 편한 장소에서 컴퓨터로 진행한다. 이 게임(MIT출신이 미국의 스타트업 Pymetrics가 개발)은 머신러닝 기법을 활용해서 지원자의 행동, 태도, 직무 관련 기질을 예측해 바로 분석하고, 그 결과를 지원자에게도 48시간 이내에 피드백 해준다. 지원자가 해당직무와 잘 안 맞을 경우 유니레버 내의 다른 직무를 추천해 주기도 한다.
온라인 게임을 통과하게 되면 다음은 완전 자동화된 AI 기반의 인터뷰(미국의 Video Interview Software 업체인 Hirevue에서 개발)를 거친다. 이 인터뷰에서는 지원자들의 표정, 답변에 담긴 감정, 진실성, 내용 등이 분석되고, 데이터화 되어 있는 유니레버 해당 직무의 롤 모델들과의 유사성에 근거해 지원자와 해당 직무의 적합성을 판단한다. 인터뷰는 실제 일을 하면서 맞닥뜨릴 수 있는 비즈니스 시나리오에 기반해 30분 동안 진행된다. 이 과정을 통과한 지원자들은 유니레버 역량평가 센터를 직접 방문해 리크루터 및 입사 후 함께 일할 직무 리더들과의 면접 과정을 거치게 되며, 이 중 최종 입사자가 선택된다.
유니레버는 새롭게 도입된 채용 프로세스를 통해 직무 적합성에 맞는 인재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한다. 새로운 채용 방식이 유니레버의 각 직무별 우수 인재들의 특성과 비교해 가장 유사한 지원자들을 가려주기 때문이다. 채용 마지막 단계에서 최종적으로 유니레버의 입사 제안을 받은 지원자가 기존 63%에서, 채용 방식 변경 후 80%로 늘어난 것은 AI 인터뷰 등을 활용한 스크리닝 방식이 보다 효과적임을 보여준다. 지원자들의 다양성 또한 증가했는데 과거 약 840개의 대학에서 지원하던 것에 비해 3배에 가까운 약 2,600개 대학의 대학생들이 지원한다고 한다. 그리고 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 기존에 4~6개월 정도 걸리는 채용 기간이 약 4주로 단축됐고, 사람들이 직접 서류를 스크리닝 하는 시간은 75% 가량 줄었다. 전체 채용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25% 정도 감소했다.
#시스코: 시스템으로 직원의 역량을 파악하고 적재적소에 활용